생각을 남기는 자리

20240726 - 쉼표

Awesomist 2024. 7. 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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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를 소진하는 이번 주부터 사실상 2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쉼을 갖게 되었다.
늘 그랬듯이 내가 쉬는 날도 이것저것 하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깨알 같이 보낼 줄 알았건만 
지난 금요일 남은 작업들을 정리난 직후의 주말,
별 약속이나 체력쓸 일정도 없었는데 나는 평소랑 달리 삼일 연속 눈 감고 그대로 14시간을 내리잤다.
 
약의 부작용인가 했는데
월요일에 주치의 선생님은 몸이 자연스럽게 회복의 잠을 채운 것이라고 하셨다.
잠이 올 때 그대로 자고 먹고 싶은 건 고민하지 먹으라고 하셨다.
그 말에 나는 조금 더 지난 잠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늘 조금만 더 여기까지만 더 더를 외쳤는데 잠시 떨어져보니 아무것도 아니다.
뭐랄까, 허무함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의 낯선 고요함이다.
 
 
지난 주까지의 바쁨이 꿈같다.
새벽까지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버그를 잡고 개선하던 내 시간들을 CTO 보고와 개발가이드까지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다만 프로젝트다 겸직이다 경주마의 삶으로 내리 달렸던 ㅡ경주마라고 표현하면 모두가 끄덕이던 그런 삶 
쫓아오는 사람도 없지만 내 보기에는 조금 더 알아야 할 것 같고 다듬어야 할 것들을 제대로 해내려고
계속 공부하던 폭풍같던 시간이 이렇게 조용하고 무상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근 10년 가까이 많은 것들이 자잘하게 남았고 몸에는 촘촘이 새겨져 있지만
클렌징되지 않은 무수한 데이터틀로만 남아있는 상태라는 것도 새삼 다시 느낀다.
 
이전에는 간간히 온 강의 제안이나 멘토링은 꿈도 못 꾸었다. 아직 채워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도 했거니와 지금 당장 맡은 일이 참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지나온 길을 다시 정리한다거나 곱씹으면서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정제하는 시간 없이 NEXT & NEXT만 바라보면서 근 몇 년 지냈던 것 같다.
 
물론 가끔은 브랜딩 없이 내가 미련하게 일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살짝씩 스칠 때도 있었지만
지금 눈 앞에서 배울 것들이 항상 우선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 시간에 내가 채울 수 있는 무수한 것들이 항상 보였다.
 
 
이번 쉼은 NEXT가 없다.
사실 NEXT를 위한 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렇게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막연히 To-do-list (버킷리스트 같은) 것들이 몇 가지 정도는 메모해두는 편인데
지금은 그런 어떤 것도 없다.
잠깐씩 올라오는 '이래도 되나'라는 마음도 몇 초 안 되서 쉽게 흘려보내는 중이다.
 


 
 
그냥 막연하게 느낌으로 아는 건
아 지금이 내 인생 시즌2, 새로운 챕터의 막을 만지작 거리는 중이구나라는 것.
 
딱히 불안하지도 않다.
시즌1을 나름 충실히 채운 것 같아 아쉽지도 않다.
 
지금 이 시간을 지나고 나서 남는 내 모습은 진짜 내 모습
지나고 남는 욕구는 진짜 내 욕구겠지.
시즌 1에서 시즌 2로 넘어가는 내 인생 Pruning 작업이 다 마무리되면
어떤 모습으로 다음 챕터를 맞이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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