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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남기는 자리

20231214 - 코피

Awesomist 2023. 12. 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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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
모닝코피를 쏟았다.


뭐지 갑자기 왜 콧물이? 했는데
다시보니 빨강이 마스크를 물들이고 있었다.


다행히 집에서 발을 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던지라
곧장 집에서 처치할 수 있었는데
마스크가 없었더라면 서울 한복판에서 호러물을 찍을 뻔했다.


겨울 건조함 탓도 있는 것 같고
한편으론 나를 향한 빨간 경고등 같았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었으니 아마 적색경보가 더 적절한 것 같다.



기존의 일,
새로운 서비스를 기술검증부터 원천개발하는 일,
그리고 그 서비스의 최전선을 따라가는 일 모두
사실상 1인 커버하고 있었던 터라
아마 몸도 줄타기를 하고 있었을거다.


내가 개발한 서비스 오픈 후 여기저기서 더 많은 확대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오픈 전부터 도전해보고 싶었던 새로운 2차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팍팍한 시장과 인사분위기를 보건데 지금은 내가 팀 여건 상 할 수 있는 만큼만 포부를 적당히 갖고, 일에 잠깐 쉼표를 찍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느낀 건,
지금은 더 멀리 보기 위해서라도
나에게도 당장 쉼표를 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직 6일이 넘게 남아있는 연차 중 2개를 바로 헐어 내일과 다음 주 월요일에 박아넣었다.

흐트러진 내 시간과 내 마음을 다시 정돈하고
내년에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을지 정리를 할 거다.




사실 이번 하반기는 신나게 일할 맛이 나지는 않는다.
몸을 잊을만큼 마음과 머리가 시끄러웠다.


내가 다루는 기술은 재밌고, 그 기술로 만든 서비스는 다행히 사내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고 계신다. 그렇지만 시류 분위기상 대놓고 기뻐하고 감사 전할 자리를 가질 수는 없었다.




과거의 경험상 IPO를 앞두고 FI의 기대에 맞춰 유혈절차가 튀어나오리라는 건 예상했지만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예상하지 못했다.

자의 또는 타의로 나간 사람들 중  내가 참 마음으로 아끼던 사람들의 비중은 꽤 컸다.

실망이나 불신이 생기기 더 쉬웠던 사내환경에서
일얘기 아닌 삶의 깊은 영역을 나눌 사람들을 선물처럼 한 보따리 만날 수 있을까했던 사람들인데..



나의 서비스가 본의 아니게 빈틈을 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보니
다른 이의 눈물이 많아지는 시점에, 웃지 않는 것만으로 동료로서 최소한의 예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는 월말회고로나마 작게 수고했다 다독였다.



이런 순간을 만날수록 나의 서비스 포커스는 '대체'가 아닌 '보완'이라는 것이 핏빛처럼 선명해진다.

남은 사람들이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1차적인 보조도구가 되는 것.

그 안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새로운 생각을 하고 기술에 느끼는 허들을 낮추게 호감이 느껴지는 접근을 하는 것.

시장의 논리는 작동하되
기술이 시장에서 사람을 완전히 내치지 않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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