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배우고 깊게 즐기고 오래 남기기

Book Review / 필사 ||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질문 - 조윤제 본문

책읽는분석가

Book Review / 필사 ||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질문 - 조윤제

Awesomist 2022. 9. 4. 18:47
728x90

 

 

살아갈수록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살아가며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가장 무거운 질문을 바로 지금 던져봐야 하는 까닭입니다.

 

 

 

 

 

 

(談)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와중에 내가 더 짙어질 때도 있지만,
보통 그보다는 내가 더 흐려지는 부분들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최근 2주간 짧은 재정리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나의 상태가 온전한지 내 방, 내 집, 내 물건 상태에서 점검하는 편인데,

모처럼의 열흘 남짓의 여유 동안 의식적으로 푹 잤고
집안의 흐트러짐을 바로 잡고, 머리에 가득한 것은 비우고, 바쁜 틈에 간과하고 있던 것들을 다시 되짚는 시간을 보냈다.

 

어느 새 받침 몇 층이 휘어질 정도로 책이 늘어났는데ㅡ아무래도 옷방을 책방으로 헐어내야 할 것 같다ㅡ,
지난 1년 반 동안 내 손은 거의 학업과 직업에 연관된 책을 향해 있었다.

물론 그것들도 그것 나름의 재미는 있지만, '내가 원해서, 내 생각과 닮은 결이라' 책장에 들였던 책들과 내게 '지정'된 책들이 갖는 의미는 사뭇 다른 것이니까.

올 하반기, 조금 힘을 내 마지막 학기를 정리하고 털어낼 것인가, 아니면 롱런을 위해 1보 후퇴를 할 것인가
이 부분에 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에게 이롭게, '나'에게 맞게 쓰려면 온전한 나만의 사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올해 남은 시간동안 의식적으로 시간을 할애해 쌓아둔 책들을 다시 제대로 읽기로 했다.

 

그동안 못 읽은 '내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이 [다산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책은 처음부터 한 문장을 건넸다.

 


역시 끌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문장들)

  •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지향이 하나 있다
    … 논어를 통해 가장 높은 단계의 기준을 얻는 것이다. '가장 옳으면서도 가장 이익이 되는 것'
    논어에 담긴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옳고 바른 길을 살아가면서 자기 삶을 가장 유익하고 충실하게 채울 수 있는 법'이다
  • 공부를 통해 반드시 변화해야한다는 당위성도 함께 말하고 있다. 죽었다 깨어날 정도로 변화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도를 깨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위대함은 조금씩 쌓여 더디게 이뤄진다.
    … 무슨일이든 자신의 재능만 믿고 빨리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물러남도 빠르다.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고 빠른 결과를 얻지 못하면 곧 다른 일로 옮겨가고 만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남보다 한 번 더 배우고 익히려는 사람이 결국 일을 성취한다.


  • 비범함은 평범함이 무수히 반복된 끝에 드러나는 것이다.

 


 

  • 질문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말. 나는 절대적으로 프로젝트에서나 면접에서나 질문자의 급은 질문의 질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 어떤 길을 걸었는지는 도착했을때의 자세가 말해준다.

  • 어른들이 알려준 지름길로만 다닌 아이는 훗날 아이에도, 어른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다.
  • 걷던 길이 눈에 익다보면 조금씩 물리게 된다. 그 지겨움 속을 계속 걷다 보면 길에 정이 든다. 그마저 넘게 되면 길을 걷는 자체를 즐기게 된다.
  • 성찰 :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살핀다
    … 눈을 가늘게 뜬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세세히 살펴 반성하는 태도를 이른다. 나아가 이에 그치지 않고 고쳐나간다는 것을 말한다.

  • 어른의 근심은 과시가 아니라 귀감이 되어야 한다.

 


 

  • 미국에서는 졸업식을 '시작'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강봉수 박사의 말을 빌려)

  • 혹시 주입식 교육은 나쁘다는 비판마저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 인간을 변하게 하는 유일한 동인은 후회다

  •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라고 해서 온전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몸에 윤기가 흐르듯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게 피어나듯이 자연스럽게 삶에서 드러날 수 있어야 진정한 내 것이다.
    공부란 세월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밀려나오는 주름과 같다.

  • 누구나 자신만의 필살기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 그것을 찾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 아주 먼 길을 갈 때에는 오랫동안 단단하게 밟아나간 큰 길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 진짜처럼 보이지 말고 진짜가 되라

  • 평범한 일상에서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그 힘이 조금씩 쌓여 비범함과 탁월함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좋은 환경에 머무르고 좋은 사람과 마주함으로써 얻고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사람을 만드는 것은 기질이 아니라 태도다.
    … 타고난 천성에 따라 방법이나 노력의 정도는 다를지 몰라도 일단 배움을 얻고 나면 다 똑같다. 의미와 가치에 차등을 둘 수 없고, 두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남들보다 타고난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이룬 성공의 가치는 더 높다.


  • 높은 고개를 숙여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정수리를 드러내는 것이 어른의 사과법이다.




 

 

폭넓게 공부하고 자세히 묻고 깊이 생각하고 밝게 변별하고 독실하게 행한다

 

다산이 평생 지향하던 원칙과 가볍게 배우고 깊게 즐기고 오래 남기자고 외친 게
일면 닿아 있다는 게 반갑기도 하다.

 

 

이 책엔 다산의 논어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담겨 있었고,
책을 덮을 순간 뭐라고 형언하기 어렵지만 나에겐 무언가 채워진 것이 확실히 있었다.

 

 

 

 

반응형
Comments